오웃~ 도대체! 얼마만에 읽어본 책이란 말인가!
고등학교 이후로 문학서적이란걸 제대로 읽어본적이 있었던가 싶다.
그렇다고 글읽는걸 아주 싫어하진 않는다.
나의 취미중하나는 메뉴얼 탐독.
특히 냉장고나 밥통같은 전자제품을 구입할때면 퍼득 사용설명서를 아~주 유심히 탐독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그런버릇은 아마도 아주 어릴적에 가졌었던 프라모델조립(일명 장난감)의 취미에서 나온듯하다.
아주 어릴적. 엄마가 주신 일당 100원.
100원을 받아든 쪼매난 녀석의 조막만한 손은 흥에겨워 후딱 일자표 연탄공장안쪽의 단골집 문방구로 뛰어가 주로 로보트를 집어 들어 나오곤 하였었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차분하게 펼쳐놓고, 조립설명서를 탐독하던 나.
정밀한 작업을 위해 손은 칼날과 본드에 학대 받아야만 했다.
어쩌다 운이 좋은 날이면 200원을 받아 좀더 하이클래스한 프라모델을 조립해볼 수도 있었고, 동생의 투자금을 유치해 좀더 비싼금액의 장난감을 만져보기도 하였었지.
그러다가 동생이 문방구를 경영하는 부모를 둔 친구와 사기게 되면서 하루는 내 최대의 가장 비싼 1,500원 짜리 프라모델을 조립해보게 되었는데 그때의 흥분이란.
놀랍게도 그 모델은 모든 이음세 부분이 본드로 처리하게 되어있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더군. 아주 최선을 다해서 이음세 부분을 깔끔하게 처리하기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결과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걸 느낄 수 있었지. 아마 뽄드 냄새에 취했었나봐~ ~_~;
으윽. 이쯤에서 사설은 접구,
본론으로 돌아와서 읽다만 이책을 이렇게 포스팅하는것은 아무래도 이런식으로 가다간 언제 다 읽을지 모른다는, moki님에게 가을의 추천도서를 트랙백하기로 약속한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이걸 다읽고 트랙백을 날리면 아마 겨울의 추천도서가 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들었다.
책의 시점이 일인칭이기 때문에 같은 시점에서 표현해보자면,
나는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퍽이나 내가 지하철보다는 버스 타기를 더 좋아하는것은 창가로 바라보는 인간들의 모습 때문이다.
창(window)문으로 바라보는 바깥풍경이란 마치 내가 풍경속의 모습들과 전혀 상관없는 3인칭적인 존재라도 되는듯한 착각을 느낀다.
얼마전부터 목에 달고다니기 시작한 mp3플레이어.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어딘지 모르게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나, 혹은 우는 아이를 달래는 아주머니, 등등, 그들 각자의 상황이 희노애락에 상관없이 내가 듣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연기하는것 처럼 느끼게된다.
내 영화라는.... 착각이다.
그리고 소설속의 나.
마지막으로 그녀의 구절을 하나 인용해본다.
쇼스타코비치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병원에 있으면서 완성한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죽음에 대한 강한 예감이 느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의 말대로, '나는 때때로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더 깊은 감정이란 우리 인생에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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